미국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에 소재한 만성 신경계 질환 특화 연구기관 버크 신경의학연구소(BNI)의 게리 E. 깁슨 박사 연구팀이 코넬대학 의과대학 및 컬럼비아대학 어빙 메디컬센터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소규모 탐색적 임상시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성 티아민(비타민B1) 전구체의 일종인 벤포티아민(benfotiamine)이 알쯔하이머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

깁슨 박사는 “이번 시험에서 벤포티아민이 경도 인지기능 장애 또는 초기 알쯔하이머 환자들로 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에게서 기능적 감퇴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데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공개했다.

시험결과는 의학 학술지 ‘알쯔하이머誌’(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알쯔하이머에서 벤포티아민이 인지기능 감퇴에 나타낸 효과: 임상 2a상 피험자 무작위 분류 위약 대조시험”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와 관련, 뇌 내부의 포도당 대사기전에 장애가 나타나면 알쯔하이머와 기타 치매 증상들의 지표인자 가운데 하나로 사료되고 있다.

동물실험 모델을 보면 벤포티아민은 인기지능을 개선하고, 몇가지 알쯔하이머 생체지표인자들의 감소시킨 것으로 입증됐다. 아밀로이드-베타(Aβ) 플라크와 신경섬유 다발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깁슨 박사팀은 인지기능 장애 또는 경도 알쯔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벤포티아민을 1년 동안 섭취토록 하면서 효과를 평가하는 장기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에서 절반의 피험자들은 벤포티아민 300mg 정제를 1일 2회 섭취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위약(僞藥) 정제를 섭취했다.

연구팀은 기억력, 언어구사력 및 주의력 등의 인지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알쯔하이머 인지력 보조평가’(ADAS-Cog) 지표와 ‘임상 치매 등급 평가’(CDR) 지표 등을 적용했다.

포도당 대사의 경우 뇌 내부를 대상으로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을 진행하고, 혈중 생체지표인자들을 채취했다.

알쯔하이머의 고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로 알려진 APOE ε4 유전자 변이의 동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 또한 병행했다.

그 결과 벤포티아민이 매우 안전한 데다 섭취와 관련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1년 후 도출된 평가결과를 보면 ADAS-Cog 지표를 적용했을 때 벤포티아민을 섭취한 그룹은 플라시보 대조그룹에 비해 점수가 43% 낮게 나타나 인지기능 감퇴속도가 둔화되었음을 방증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가 통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지만, 차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재확인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더욱이 벤포티아민을 섭취한 그룹은 CDR 점수를 보더라도 플라시보 대조그룹에 비해 77% 괄목할 만하게 낮게 나타나 기능적 감퇴속도가 둔화되었음을 대변했다.

마찬가지로 포도당 대사 역시 벤포티아민을 섭취한 그룹에서 괄목할 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APOE ε4 유전자 변이를 동반하지 않은 피험자들에게서 벤포티아민 섭취에 따른 효과가 한층 더 탄탄하게 관찰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시험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어서 장차 알쯔하이머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내 알쯔하이머 환자 수는 600만명을 상회하는 데다 오는 2050년에 이르면 1,3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6월 제약기업 바이오젠(Biogen)의 알쯔하이머 치료제 ‘애두헴’(Aduhelm: 성분명‧아두카누맙)이 18년여 만에 새로운 알쯔하이머 신약으로 FDA의 허가를 취득했지만, 이 약물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는지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촉발된 형편이기도 하다.

깁슨 박사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 이번에 소규모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재확인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라면서 “우리는 후속연구를 통해 벤포티아민이 알쯔하이머의 발병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