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독점권’(US Paediatric Exclusivity) 조항에 의거해 진행되었던 임상시험 사례들 가운데 전체의 3분의 2 정도가 최소한 1곳 이상의 미국 이외 시험장소에서 수행된 연구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기에 해당되는 시험사례들 중 3분의 1 이상이 최소한 1곳 이상의 개발도상국가 또는 “트랜지션 컨트리”(transition country) 시험장소에서 수행된 연구내용이 삽입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스 캐롤라이나州 더럼에 소재한 듀크대학 메디컬센터의 사라 K. 파스칼리 박사 연구팀(소아의학)은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소아의학’誌 온-라인版에 지난달 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소아 임상시험의 세계화: 소아독점권 조항에 따라 도출된 임상시험 결과의 분석’.
여기서 언급된 “트랜지션 컨트리”란 인구 전반의 인종적‧민족적‧유전적 특성 등을 전혀 달리하는 관계로 시험결과를 미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가교시험(bridging study) 등이 반드시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국가들을 지칭한 개념으로 보인다. 해당국가에서 수행된 시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미국환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임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인 것.
이와 관련, 소아독점권 조항이란 특허만료를 앞둔 의약품과 관련해 소아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을 경우 독점적 발매기간을 6개월 연장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에서 지난 1997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작금의 세계화 추세가 연구결과의 외삽(外揷; extrapolation), 피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동기에 미친 경제적 궁핍의 영향, 시험참여에 따른 보상, 시험참여를 응낙받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었는지 여부(특히 문맹자), 지역별 의료 니즈(needs)에 부응하기 위한 시험결과의 적용 등에 걸쳐 학술적‧윤리적 논란의 소지를 낳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팀은 소아독점권 조항에 따라 지난 1998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되었던 주요 임상시험 연구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했었다. 미국에서만 소아들의 의약품 복용과 관련해 150건 이상의 제품라벨 표기내용 변경이 이루어지게 한 데다 총 14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제약업계에 안겨준 것으로 추정되는 소아독점권 조항의 실제 적용실태에 주목했기 때문.
개별 시험사례들의 피험자 수는 최소 8명에서부터 최대 2만7,065명에 이르기까지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그런데 분석작업을 진행한 결과 분석대상에 포함되었던 174건의 시험사례들 가운데 9%는 시험이 진행된 장소나 시험이 이루어진 기관 수에 대한 정보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험장소와 시험기관 수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시험사례들 가운데 65%는 미국 이외의 시험장소가 1곳 이상 포함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11%는 미국 국내에서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분석대상에 포함된 시험사례들이 진행된 국가들은 총 54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이 중 38%는 1곳 이상의 개발도상국 또는 “트랜지션 컨트리”에서 충원된 피험자들이 참여했음이 눈에 띄었다. 각종 전염성 질환과 심혈관계 제 증상, 알러지/면역 관련 시험사례들 중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이 같은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석되었을 정도.
파스칼리 박사는 “소아임상의 세계화가 비용절감과 신약개발 소요시간의 단축, 세계 공통의 임상혁신 촉진, 치료제 접근성 향상 등 많은 성과를 가능케 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파스칼리 박사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시험이 진행되었을 경우 학술적 적절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진행된 소아임상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을 미국의 소아환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모로 무리가 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
한 예로 유전적 배경의 상이함으로 인해 약물치료에 따른 결과 역시 전혀 다르게 나타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