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생계비 급등 위기에 직면한 인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에 이르자 식품기업을 포함한 현지의 소비재 기업들이 비용상승분을 가격 민감성이 부쩍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않고 다른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의 크기를 줄이고 중량을 소형화하는 다운사이징에 치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런던에 글로벌 본사를 둔 비즈니스 정보 서비스‧컨설팅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바비 버기즈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도에서 소비자가(價)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지난해 5.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6.6%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3/4분기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3%의 인도 소비자들이 가계예산에 인플레이션이 미칠 영향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버기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의 경우 필수적이지 않은 상품을 구매를 미루거나 식료품을 구입할 때 가성비 높은 식품들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버기즈 애널리스트는 인도인들의 식생활에서 주식(主食)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제품의 경우를 언급했다.

자사가 진행한 3/4분기 설문조사에서 인도 소비자들의 49%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유제품 브랜드로 바꿨거나, 같은 브랜드 내에서 가격이 좀 더 저렴한 다른 유제품을 택하기 시작했거나, 저렴한 유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34%의 인도 소비자들은 통상적으로 구매해 왔던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 대신 구매하는 유제품의 개수를 줄이거나, 크기가 작은 유제품을 고르거나, 쇼핑횟수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버기즈 애널리스트는 “비용상승으로 소비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여파가 미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재 기업들은 인상된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어지는 상황이 촉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재 기업들이 상품 크기를 소형화해 매출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 고개를 든 초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가정용 대형 사이즈 식료품들이 매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소형포장 식료품들이 차지하기에 이르렀다며 최근의 추세를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을 염가상품을 찾아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해 충동구매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버기즈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버기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기타의 소비재 제조기업들도 개별포장당 크기를 다소(marginally) 줄이는 대신 가격을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가격은 그대로 두고 크기 또는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판매전략)을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100g 팩에 포장되어 10루피(약 0.12달러) 가격으로 판매되었던 비스킷이 80g 팩에 담겨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장 속에 담겨진 비스킷의 개수를 줄이거나, 개별 비스킷의 크기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전략은 대부분의 인도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상품의 크기 또는 중량의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저항감을 크게 표시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배경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버기즈 애널리스트는 풀이했다.

외식업소들도 회전이 빠른 메뉴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크기를 다소 줄이는 전략을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버기즈 애널리스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 3자 협력사들과 손잡고 선구매 후지불(Buy Now Pay Later)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각종 소비재를 현장결제 없이 구매한 후 월말에 일괄지불토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 또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손품팔기를 유도하고 있는 추세”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