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얘기지만,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는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의 일종에 속하는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이다.

그런데 이 ‘쎄레브렉스’가 장차 피부암 치료제로도 크게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시사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州 오클랜드에 소재한 오클랜드연구소 부속 아동병원의 어빈 H. 엡스타인 주니어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암연구협회(AACR)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암 예방 연구’誌 1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논문의 제목은 ‘PTCH1+/- 유전자 돌연변이로 기저세포암종 위험성이 높은 사람 및 실험용 쥐들에게서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들의 예방효과’.

엡스타인 주니어 박사팀은 빈도높게 나타나는 피부암의 일종인 기저세포암종을 예방하는데 ‘쎄레브렉스’가 발휘하는 효능을 관찰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했었다. 시험은 기저세포암종이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희귀질환으로 알려진 골린 증후군(Gorlin syndrome)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골린 증후군’은 PTCH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전체 환자들의 70% 정도에서 대두증, 턱 돌출, 넓은 콧잔등, 양안격리 등 안면기형과 골격계 이상을 나타낸다.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이 골린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피험자 그룹으로 택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저세포암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경우 정상적인 사람들의 피부암 예방에도 중요한 단초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우선 PTCH1+/-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유도한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유전적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투여해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시키면서 기저세포암종 예방효과를 비교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후 연구팀은 기저세포암종이 발생한 60명 골린증후군 환자들을 무작위 분류한 뒤 ‘쎄레브렉스’ 20mg 또는 플라시보를 1일 2회 복용토록 하는 방식의 연구를 3년에 걸쳐 진행했다. 피험자들에게서 나타난 기저세포암종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편에 속했다.

그 결과 연구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 평가했을 때 플라시보 복용群은 기저세포암종 발생률이 해마다 50%나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 반면 ‘쎄레브렉스’ 복용群의 경우에는 이 수치가 20%에 그쳐 주목됐다. 아울러 부작용이 발생한 빈도와 증상의 정도에도 두 그룹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엡스타인 주니어 박사는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복용을 통해 종양을 예방하는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임을 이번 연구가 시사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 만으로 기저세포암종 환자들에게 지금 당장 ‘쎄레브렉스’를 복용토록 권고하기엔 시기상조이며, 앞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면밀히 평가하기 위한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