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증 우울증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치료에 임하고 있지 않거나, 미흡한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언급된 “미흡한 수준의 치료”란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의 치료 가이드라인에 부합되지 못하는 수준의 치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시간州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웨인주립대학 노인학연구소 및 가정의학‧공중보건학부의 헥토르 M. 곤잘레스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의사회(AMA)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일반 정신의학 회보’ 1월호에 발표한 ‘미국의 우울증 치료(Care)’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곤잘레스 박사팀이 미시간대학 통계자문연구센터,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가정의학과, 하버드대학 사회학과 등과 함께 다양한 인종에 속하는 18세 이상의 미국성인 1만5,762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했던 면접조사 결과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조사샘플 그룹의 8% 이상이 중증 우울증에 해당하는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을 앓고 있는 환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우울증 환자들로 분류된 피험자들 가운데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만이 조사받기 이전 해에 각종 유형의 항우울제들을 복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치료를 받은 이들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음이 눈에 띄었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 조사 이전 해에 한가지 항우울제를 복용한 우울증 호나자들은 34%에 그쳤으며,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치료를 받은 이들은 11%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되었을 정도.

반면 심리요법(psychotherapy)를 받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44%에 달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비율을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들 중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심리요법을 받았던 이들이 줄잡아 19%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이번 조사에서는 인종별 우울증 치료실태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 주목됐다. 우울증 자체의 경‧중 정도(程度)에는 인종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

한 예로 멕시코系와 흑인들 가운데 우울증을 치료받은 이들의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것. 이에 비해 푸에르토리코系와 비 라틴系 백인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 비율이 멕시코系나 카리브해 출신 흑인, 아프리카系 흑인 등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이 같은 인종별 차이는 의료보험 수혜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곤잘레스 박사는 “인종간 문화적‧경제적 특성이나 언어문제 등이 적절한 진단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