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건보재정의 위기극복 대안이 절실한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총액계약제’도입을 주장했다.
건보공단 주최로 22일 공단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학계, 의료계, 소비자 등 각 단체를 대표하는 12명의 토론자가 참석해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학계·소비자 ‘총액계약제’ 도입 찬성 vs 의·병협 “재정 도움 안돼” 반대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 중 많은 토론자들은 “의료비용 억제에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는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에 대한 원인으로 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들을 지적하고 이에 맞는 지불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지불 가능한 보험료 수준과 총의료비를 결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의료비용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총액계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총액을 결정하되 구체적인 지불·배분은 행위별수가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김경자 위원장도 총액계약제 도입을 찬성하며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가 보장성 강화와는 별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현행 비용유발적인 지불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신현호 비상임이사도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공급자의 수익확보를 위해 행위의 횟수나 약품 등의 수량을 늘리게 되고 보험재정의 효율성 저하로 연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총액계약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공급자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총액제 도입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정국면 보험부회장은 “건보재정의 지출을 막으려면 진료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인데 총액계약제로 진료량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독일 등의 사례에서도 총액제가 건보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도 “총액도입제는 건보재정 위기의 해법이 아니며 한국형 행위별 수가제를 다듬어 고유의 경쟁력 있는 제도로 발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실련 김진현 교수는 “재정적자의 가장 큰 수혜자는 병원과 의원 등 공급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며 “총액이든 연구용역이든 참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공급자 단체의 총액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정부지원 강화 ‘사후정산제’ 도입 주장
이밖에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던 주요 사안으로 사후정산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 등을 꼽을 수 있다.
토론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이 “국고지원비율 조정 및 국고지원금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해 국고지원 미지급분에 대한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지원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신현호 비상임이사는 “차상위 희귀난치성 환자나 차상위 만성질환자 건강보험 전환 등 건보 적용에도 불구하고 국가지원없이 건보에서 그 부담을 안고 있다”며 사후정산제 도입을 찬성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상무도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예상보험료수입과 실제보험료수입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고지원 부족분을 정산하는 사후정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의 질 관리 위해 ‘강제지정제’ 폐지 주장
권순만 교수는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도는 보험자가 의료비용과 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를 야기하고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장애를 유발한다”며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 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므로 공급자 입장에서 굳이 건강보험과 계약을 하지 않을 유인이 강하지 않다”고 강제지정제 폐지를 주장했다.
김진현 교수도 “개인적인 입장에서 강제지정제는 건강보험제도 초창기와는 달리 불량 요양기관을 끌어안고 가는 제도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계약제를 폐지한 대만의 경우 병원급 이상은 100% 계약을 한 바 있어 강제지정제를 폐지할 경우 우려한 것 보다 장점이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김경자 위원장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에 대해 “건보재정 절감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공보험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가입자 및 공급자 대표,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해 건강보험제도의 발전방향과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구성을 제안, 협의체를 통해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사회적 협의점을 만들어 나갈 방침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