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약품도매업계의 화두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도매업계의 위상과 개별 도매업소들의 부침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인수합병도 생존과 지속성장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계에서는 올해도 갈등 요인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대형 도매업소과 중소형 도매업소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거론된다.

개별 회사들의 매출 및 영업방식, 정부와 도협의 정책을 놓고 노출될 수 있는 갈등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풀어 가느냐가 외부 환경에 대처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업계 한 인사는 “지난해 유통은 문제점으로 거론된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고 넘어온 부분이 있는데 도매업소들 간 갈등도 포함된다. 당장 올해는 유통일원화 폐지 일몰제가 적용되는 해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봉합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개별 도매업소들 간 관계를 떠나 업계 전체로 눈을 돌길 경우, 투명화를 올해 해결해야 할 우선 사안으로 지적하고 있다.

뒷마진 등이 수차례 거론됐지만 무마되면서 덮어져 왔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점들이 노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베이트로 홍역을 치룬 제약계가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몸살을 앓은 끝에 투명 영업을 정착시켜 가고 있지만, 도매업계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는 것.

지난해는 리베이트가 제약에만 초점이 맞춰져 상대적으로 도매쪽에서는 큰 부분에서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제약 쪽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도매 쪽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떠나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로 돌입했다는 점에서,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 제약사는 지난해 몸살을 앓으면서 리베이트 투명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도매는 이에 상응하는 전략을 세우지 못했던 것 같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단합해 나가야 인정받는 도매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통가를 관통할 사안 중 하나로 인수합병과 대형화도 거론하고 있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등 제약사 매출과 이익구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필연적으로 도매업소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에 따라 도매업소들도 수익에서 고전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

다른 인사는 “큰 도매업소든 중소도매업소 든 생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도매업소들이 있을 것인데 이런 이유로 큰 도매업소와 합병이든 동등한 지위의 합병이든 인수합병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오영은 올해도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고,  업계 내에서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이든,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든, 안정된 경영을 위해서든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여기에 대형 도매업소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도 올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국 영업만을 갖춘 굴지의 백제약품이 지난해 6,000억 원을 훌쩍 넘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동원약품그룹도 직거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며 진일보한 영업 방식을 통해 올해 6천억을 바라보고 있고, 복산약품그룹과 지오팜그룹도 4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대형 도매업소들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때보다 커지며, 이에 따른 시장 내 변화도 이전과는 다른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인사는 “투명성 신뢰성 수익성 등이 중요해지는 시대지만 제약사들이 매출로 도매업소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도매업소들의 경영이 어려운 이유 중에 그간 지속돼 온  매출위주 경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매출 이익 모두 중요한 데 앞으로는 매출로 갈 것인가, 이익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도매업소들이 늘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인수합병에 대한 접근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올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의약품도매연맹 총회도 올 해 전반을 관통할 핵심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의 위상과 역할을 정부 및 의약계에 다시 각인시키고 국내 도매업소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성공적인 개최 여부를 유통일원화, 이와 관련한 정부와 제약사들의 정책 및 도매업계 단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사안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