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둘러싼 제약사와 영업사원의 갈등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면서 제약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S 시사 보도프로그램인 '취재파일 4321'은 17일 밤 10시 30분 '리베이트의 늪'편을 통해 제약사와 병의원의 리베이트에 대한 실태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제약사에서 퇴사한 영업사원의 내부 고발과 이를 부인하는 제약사와의 갈등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을 근절하기 위한 분위기가 제약업계에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금지 방침과 회사의 매출목표 달성을 위한 영업사원들의 리베이트 제공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제약사와 영업사원의 갈등에 대해 간간히 제약업계로부터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이례적인 것.

방송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이었던 K씨가 병의원에 현금, TV, 컴퓨터, 3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 골프접대 등을 제공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는 K씨가 취재진에 공개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심지어 제약사 영업사원의 개인카드를 통해 돈을 제공한 사실도 공개됐다. 

문건에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한 의사는 "내가 솔직히 그걸 부인하고 싶지도 않고 부인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그것에 대해 돌을 던지면 그냥 돌을 달게 받아야죠. (리베이트를) 뿌리치고 난 절대 안받겠다고 그렇게 하기가 상당히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당 제약사 측은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문건에 나타난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의 약품 처방액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는 것.

특히 해당 제약사는 고혈압 치료제의 경우 처방실적이 거의 없었다며 병의원에 건내줬다는 리베이트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방송사에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업사원은 거래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도 회사를 협박하기 위해 허위 문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약사는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업사원을 횡령, 배임죄로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하고 상관없이 동료직원에게 돈 빌리거나 갈취해서 그 돈으로 (리베이트를) 병원에 줬을 수도 있다"며 "이 친구와 관련된 사건들을 보니까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K씨는 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때문에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K씨는 "마이너스 통장이니 대출이니 이런 것까지 해서 지급하게 된다"며 "못하면 뒤떨어지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 팀장님들 관리자들 같은 경우는 '대출을 받아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실적 올려놓으면 되지 않겠냐'며 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며 "예산나오면 찾아서 대충 메우는 식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못막는 경우도 많고 개인 신용도까지 팍팍 떨어져 가면서 지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