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학명; Musa acuminata)에서 강력한 AIDS 바이러스 억제물질을 분리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추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대학 의대의 데이비드 M. 마코비츠 교수 연구팀(내과학)은 미국 생화학‧분자생물학회(ASBMB)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생화학誌’(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19일자 최신호에 발표를 앞둔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논문의 제목은 ‘바나나에서 분리된 렉틴系 물질이 나타낸 HIV 복제 저해제 가능성’.

이와 관련, 렉틴(lectins)은 다양한 감염증으로 귀결될 수 있는 연쇄반응을 차단하는 작용으로 최근들어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물질이다.

마코비츠 교수팀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바나나로부터 분리된 렉틴系 물질의 일종인 ‘반렉’(BanLec)이 현재 발매되고 있는 가장 강력한 AIDS 치료용 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로 손꼽히는 ‘푸제온’(엔퓨버타이드, T-20) 및 ‘셀젠트리’(마라비록)에 비견할만한 효능을 발휘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논문에서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직장(直腸)과 질(膣) 내부에서 HIV(AIDS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해 타깃세포들과 결합되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이 발견되면 가장 유망한 AIDS 치료제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마코비츠 교수팀에 따르면 렉틴系 물질들은 당(糖)과 결합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따라서 렉틴系 물질들은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침입자들을 인식하고, 그들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코비츠 교수팀의 설명.

그런데 연구팀은 논문에서 ‘반렉’이 당화(糖化) HIV-1 외피 단백질인 ‘gp 120’과 결합하기 때문이 이 단백질이 체내로 진입할 수 없도록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렉’은 연구팀의 일원인 어윈 J. 골드스타인 명예교수(생화학)와 해리 C. 윈터 조교수(생물학)가 바나나로부터 분리정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논문작성을 주도했던 마이클 D. 스완슨 연구원은 “현재 발매 중인 AIDS 치료제들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내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렉틴系 물질들이 존재할 경우 바이러스 변이가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언급했다.

현재 스완슨 연구원은 분자생물학적 공정을 거쳐 ‘반렉’의 임상적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