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Chili Peppers)가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입 안에서 특유의 작열감을 유도하는 고추의 핵심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이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을 것임을 실험용 쥐들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 예일대학 의대의 윌리암 C. 세사 교수(약리학)와 중국 쓰촨성(四川省) 충칭(重京)에 소재한 제 3군의대학의 지밍 추 박사 공동연구팀은 미국에서 발간되는 국제적 학술저널 ‘세포 대사’誌(Cell Metabolism) 8월호(4일자)에 발표한 ‘혈압을 강하시키는 새로운 방법: 고추’ 논문에서 이 같이 시사했다.

캡사이신이 혈압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상관성이 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앞선 연구선례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또는 단기간 동안 캡사이신을 섭취토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탓에 상반된 결론으로 귀결된 경우가 없지 않았던 형편이다.

반면 이번 연구의 경우 유전적 조작을 통해 고혈압을 유도한 실험용 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캡사이신을 투여했을 때 나타난 효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는 최초로 시도된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캡사이신의 혈압강하 효과에 대해 “캡사이신이 혈관내벽에 존재하는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이라는 통증 수용체가 신경계 내부에서 작용하는 경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덕분에 혈관 내부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기능부전이 나타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동시에 혈관의 이완을 돕는 물질로 알려진 산화질소의 생성량이 촉진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

연구팀은 “이번에 도출된 결과가 임상시험과 역학적 분석작업을 통해 재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 북동부 지방 사람들의 경우 20% 이상에서 고혈압이 나타나고 있는 데 비해 남서부 지방에서는 이 수치가 10~14%로 한결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말로 이미 부분적으로는 실마리를 감지했음을 암시했다.

실제로 추 박사는 자신의 고향이자 ‘4대 중국요리’의 한축을 이루는 쓰촨성 요리가 매우 많은 양의 고추를 사용해 맵고 얼큰한 맛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음을 강조했다. 쓰촨성은 중국 남서부 지방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다만 추 박사는 “얼마나 많은 양의 고추를 매일 섭취해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혈압강하 효과로 귀결될 수 있을 지는 추후 후속연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매운 맛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의 경우 캡시노이드(capsinoid)를 주성분으로 함유한 일본産 고추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産 고추는 매운 맛이 훨씬 덜한 편이어서 적응하기가 한결 용이하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