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는 신생아들을 위한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간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항경련제를 산모가 복용하면서 모유를 수유할 경우 신생아의 인지기능 발달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연성이 제기되어 왔던 형편이다.

그러나 모유 수유와 항경련제 복용을 병행하더라도 아기의 인지기능 발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의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장 빈도높게 처방되고 있는 4개 항경련제들 가운데 하나를 복용 중이었던 산모가 모유를 수유한 후 신생아가 3세에 도달했을 때 IQ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분유를 먹었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이렇다 할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

미국 조지아州 애틀란타에 소재한 에모리대학 의대의 킴포드 J. 미도 박사 연구팀(신경의학)은 미국 신경의학회(AAN)가 발간하는 의학저널 ‘신경의학’誌(Neurology) 24일자 온-라인版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항경련제를 복용 중인 산모가 신생아에게 모유를 수유했을 때 나타난 영향’.

미도 박사팀의 연구는 임신기간 중과 출산 이후로 항경련제를 복용한 산모가 신생아에게 모유를 장기간 수유했을 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착수된 ‘항경련제 신경발달 영향’(NEAD) 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여기서 언급된 4개 다빈도 항경련제들은 카바마제핀(카바트롤), 라모트리진(라믹탈), 페니토인(딜란틴), 발프로산(데파코트) 등이었다.

미도 박사팀은 시험을 위해 지난 1999년부터 200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25개 의료기관에서 충원되었던 194명의 산모들이 출산한 신생아 199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3세에 도달했을 때 IQ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체 신생아들 가운데 42%가 평균 6개월 동안 모유를 수유받고 자란 케이스였다.

시험은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과 영국 간질연구재단(ERF)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가운데 진행됐다.

그런데 IQ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모유를 수유받았던 그룹이 평균 99로 나타나 분유를 먹었던 그룹의 98을 오히려 상회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산모가 복용한 항경련제가 태아의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항경련제 복용과 모유 수유를 병행했던 산모에게서 자란 신생아들의 3세 시점 IQ가 분유를 먹은 신생아들에 비해 9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는 조사결과 등이 발표된 바 있음을 상기할 때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미도 박사는 이번에 도출된 연구결과와 관련해 “산모가 복용했던 항경련제 성분들이 신생아의 혈관 내부에서 검출되더라도 극히 미량에 불과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좀 더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위한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