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은 빠르게 소화되는 전분과 천천히 소화되는 전분, 그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전분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 중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전분을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섬유질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주므로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이나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동물실험에서 아밀로스(전분을 구성하는 다당류) 함량이 높은 옥수수 전분(HAMS) 또는 부틸기를 함유한 HAMS를 실험용 쥐들에게 사료로 섭취토록 했을 때 단백질로 인한 대장세포의 DNA 손상이 억제된 것으로 관찰된 바 있을 정도.

이와 관련, 저항성 전분을 섭취하면 대장(大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동물실험 결과가 공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즉, 섬유질을 섭취하면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저항성 전분을 풍부히 함유한 섬유질을 섭취할 경우 더욱 긍정적인 성과가 뒤따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호주 커먼웰스 학술‧산업연구소(CSIRO)의 데이비드 토핑 박사 연구팀은 미국 영양학회(ASN)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영양학誌’(Journal of Nutrition) 5월호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저항성 전분이 서구식 식생활 사료를 섭취한 실험용 쥐들에게서 대장 DNA 손상을 억제하고 세균총 및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는 데 나타낸 영향’.

토핑 박사팀은 일반적으로 호주인들의 섬유질 섭취량이 서구 각국인들에 비해 많은 편임에도 불구, 대장암이 호주에서도 발생빈도 2위의 다빈도 암에 올라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었다.

다시 말해 호주인들이 섬유질을 다량 섭취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저항성 전분 섭취량이 많지 않다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고 보고 동물실험을 진행했던 것.

동물실험은 실험용 쥐들을 무작위 분류한 뒤 11주 동안 각각 지방 19%와 단백질 20% 등 중등도 수준으로 함유한 가소화(可消化) 전분,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통밀, 또는 유전적 조작을 거쳐 확보한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옥수수 전분이나 부틸기를 함유한 高아밀로스 옥수수 전분 및 高아밀로스 밀을 섭취토록 하면서 이루어졌다.

반면 대조그룹에게는 지방 7%와 단백질 13%가 함유되어 아밀로스 함유량이 낮은 옥수수 전분이 사료로 공급됐다.

그 결과 유전적 조작을 통해 옥수수와 밀 등에 다량 함유된 저항성 전분을 사료로 섭취한 실험용 쥐들의 경우 대장 내 DNA 손상이 억제되면서 대장암 발생률 또한 감소했음이 눈에 띄었다.

다만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밀을 섭취한 실험용 쥐들의 경우 장내(腸內) 세균총과 대장세포 유전자 발현에 미친 영향은 적잖은 편차를 보였는데, 연구팀은 이것이 함유된 섬유질의 구성성분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했다.

토핑 박사는 “우리 연구팀이 이미 저항성 전분을 다량 함유한 보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만큼 밀을 비롯한 다빈도 섭취곡물의 저항성 전분 함유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차후 주안점이 두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