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주스가 암환자들에게서 약물효과를 배가시키는 약물체내동태 조절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자몽주스를 매일 음용토록 한 결과 면역억제제의 혈중농도가 3배 이상 증가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복용이 필요한 약물의 용량을 낮춰 부작용이 수반될 개연성을 낮추고, 약제비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어서 상당히 주목되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종합암센터의 에즈라 E. W. 코헨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암연구협회(AACR)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임상 암연구’誌(Clinical Cancer Research) 온-라인版에 7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진행성 암환자들에게서 시롤리무스를 단독투여 또는 약물체내동태 조절제와 병용했을 때 나타난 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시험사례들’.

코헨 박사팀은 총 138명의 진행성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억제제 시롤리무스(sirolimus)를 단독투여하거나, 자몽주스 또는 항진균제 케토코나졸과 병용토록 하면서 동시에 진행되었던 3건의 임상 1상 시험자료를 면밀히 분석했었다.

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매일 8온스 분량의 자몽주스를 음용했다.

그 결과 자몽주스와 케토코나졸이 약물체내동태 조절자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시롤리무스의 체내 대사속도가 감소했음이 눈에 띄었다. 덕분에 시롤리무스의 혈중농도 이하 곡선면적(AUC; 즉, 혈중농도)이 자몽주스 병용群에서 350%, 케토코나졸 병용群에서 500%까지 증가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시롤리무스의 혈중농도 이하 곡선면적(AUC) 목표치인 3,810ng-h/mL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용량이 시롤리무스 단독투여群은 90mg, 케토코나졸 병용群은 16mg, 자몽주스 병용群은 25mg으로 집계되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3가지 용량 모두에서 ‘p70 S6 키나제 인산화 반응’이 억제된 것으로 관찰됐다.

이 같은 내용들은 그 만큼 시롤리무스의 체내 이용률과 효과가 향상되는 ‘약물저류효과’가 나타났을 것임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코헨 박사는 “자몽주스가 장내(腸內)에서 시롤리무스를 대사시키는 효소의 작용을 저해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덕분에 30% 정도의 환자들은 증상이 안정기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코헨 박사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과 식품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연구가 수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면서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