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제약기업이 연구비를 후원한 무작위 방식 임상시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령 해당시험이 연구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엄격성(methodologic rigor)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색안경을 거두지 않을 정도라는 것.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의 아론 S. 케슬하임 조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한 ‘의사들이 연구비 조달내역 공개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무작위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때마침 주요 제약기업들도 기업이 연구비를 후원한 연구의 불신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케슬하임 교수는 “사실을 호도하거나 선택적으로 자료를 공개한 과거 연구사례들이 의사들로 하여금 제약사 후원 연구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고 언급했다.

그의 연구팀은 총 503명의 내과의사들에게 3개 가상의 약물들에 관한 임상시험의 개괄적인 내용을 서술한 논문초록을 보여준 뒤 그들이 보인 반응을 살피는 방식으로 이번 조사작업을 진행했었다.

개별 임상시험 사례들은 연구방법론상의 엄격성 측면에서 볼 때 각각 고도, 중등도 및 저도로 설계된 것이었다. 아울러 초록에는 연구비 스폰서가 제약기업인지, 미국 보건부(DHHS) 산하 국립보건연구원(NIH)인지, 아니면 연구비 스폰서가 따로 없었는지 여부를 명시하는 내용이 삽입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접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연구의 엄격성에 관한 인상과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도, 해당약물의 처방의향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의 53.5%에 해당하는 269명의 응답자들의 연구의 엄격성을 정확하게 진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피험자 수가 많고, 추적조사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이중맹검법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사례일수록 의사들이 높은 신뢰감을 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연구방법론상의 엄격성이 저도로 설계된 시험사례에서 언급된 약물을 처방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비율이 중등도 시험사례의 해당약물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같은 맥락에서 중등도 시험사례의 약물에 비해 고도 시험사례의 약물을 처방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초록에 제약기업이 연구비를 후원했다는 내용이 삽입된 임상시험 사례들에 대해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구심을 내비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연구비 스폰서가 없다고 명시된 시험사례들에 비해 제약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한 시험사례들에 대한 의사들의 신뢰도가 30% 가까이 낮게 나타났을 정도.

또 제약기업이 연구비를 후원한 시험사례들에 대한 의사들의 신뢰감은 연구비 스폰서가 NIH로 표시된 시험사례들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더욱 낮은 수치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에 사용된 해당약물을 향후 처방할 것인지 의향을 물은 결과 제약사 후원 시험사례에서 언급된 약물들을 처방하겠다고 답한 의사들은 NIH 후원 시험사례의 약물들과 비교했을 때 응답률이 52% 낮게 나타나 궤를 같이했다.

케슬하임 교수는 “기업이 연구비를 후원한 연구사례들의 경우 연구방법의 질에 대한 평가와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의사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지난 5~10여년 동안 의‧약학 연구 분야에서 나타난 일들에 대한 학습효과가 신뢰성 문제의 부각으로 귀결된 것이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연구 전반에 걸친 투명성 제고가 향후의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