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를 비롯한 평짓科 채소류에서 추출된 설포라판 성분(sulforaphane)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들의 수치를 크게 감소시켰다는 요지의 실험실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그렇다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소아들에게서 가장 빈도높게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손꼽히고 있는 형편임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州 휴스턴에 소재한 베일로대학 의대의 H. 다니엘 라코라자 박사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도서관’誌(PLoS ONE) 12일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설포라판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들에서 세포주기 휴지기와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데 나타낸 효과’.

라코라자 박사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80% 정도의 치료율을 나타내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기존의 치료제들이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소아 암 사망의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대안의 개발이 절실히 요망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의 연구팀은 고도로 순도높게 농축한 설포라판 성분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암세포를 배양한 시험관에 투여해 반응을 살피는 시험을 진행했었다.

그 결과 암세포들은 괴사한 반면 건강한 세포들의 경우에는 별다른 영향이 미치지 않았음이 눈에 띄었다. 즉, 설포라판을 투여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암세포들의 경우 용량의존적으로 세포사멸(apoptosis)이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G2/M 암세포들의 세포주기가 휴지기로 유도되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

게다가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동물실험에서도 궤를 같이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즉,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암세포들을 이종이식한 동물실험 모델에서도 설포라판이 동일한 항암활성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라코라자 박사는 이처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해 “카스파제(caspases) 3, 8 및 9 단백질의 활성이 촉진되고, 인산화(燐酸化) 단백질의 수치가 감소하면서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mTOR: 세포와 혈관의 증식‧성장을 조율하는 세포 내 핵심 신호전달 단백질의 일종)의 작용경로가 억제되는 등 몇가지 작용이 유도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차후 설포라판 성분이 기존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들과 함께 병용하는 보조요법제로 개발되어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가능성에 라코라자 박사는 무게를 실었다.

다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설포라판 성분이 고도로 순도높게 농축한 상태의 것이었던 만큼 단순히 평짓科 채소류를 섭취하는 것만으로 이번 연구에서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