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나 가당(加糖) 음료를 많이 마시면 우울증 발생을 재촉할 수 있음을 시사한 예비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공개되어 쓴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1인당 연간 170L의 각종 청량음료와 가당음료, 커피, 차(茶) 등을 음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것이다. 청량음료나 가당음료 등이 신체건강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공개된 연구결과의 경우 정신건강에도 마찬가지로 위해를 끼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홍글레이 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신경의학회(AAN) 홈페이지를 통해 8일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오는 3월 16~13일 캘리포니아州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 신경의학회 제 65차 연례 학술회의에서 소상한 연구결과가 발표될 이 연구보고서의 제목은 ‘전 세계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는 가당음료, 커피 및 차가 신체‧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영향’.

첸 박사팀은 50~71세 사이의 성인 총 26만3,925명을 대상으로 청량음료와 가당음료, 커피, 차, 기타 각종 음료 등의 음용실태를 추적조사했었다. 지난 1995~1996년 기간 동안 처음 조사를 진행한 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차 같은 내용의 조사를 반복했던 것.

추적조사 과정에서 연구팀은 조사대상자들에게 우울증 진단 여부를 질의했다.

그 결과 총 1만1,311명이 추적조사 기간 동안 우울증을 진단받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일 4회(servings) 이상 청량음료 등을 음용한 그룹의 경우 청량음료 등을 전혀 입에 대지 않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진단률이 30%나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과일주스(fruit punch)를 1일 4회 마신 그룹의 경우에도 전혀 마시지 않았던 대조그룹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진단률이 38% 높은 수치를 보여 궤를 같이했다.

게다가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료와 과일주스, 아이스 티 등을 즐겨 마신 그룹의 우울증 진단률이 고칼로리 음료를 마신 그룹의 진단률을 웃돌아 눈이 크게 떠지게 했다.

하지만 첸 박사는 “이번 연구가 예비적 성격의 것으로 진행된 데다 시험에서 도출된 상관관계 또한 구체적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라며 섣부른 우려감에 경계를 표시했다. 즉, 청량음료 등의 음용과 우울증 발생의 관계를 인과성(因果性)이라는 측면에서 단정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는 것.

이와 함께 커피를 1일 4잔 마신 그룹의 경우에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은 그룹에 비해 우울증 진단률이 오히려 10% 정도 낮게 나타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첸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가당음료 음용량을 삼가거나 줄이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로 대체하는 방식 등을 통해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