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가 없는 약국에 미납된 외상매출금을 납입하라는 문서가 발송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약국에는 납품한 물품대금이 미납돼 있다면서 이달 중순까지 대금을 입금하라는 W제약 명의의 지급이행 촉구서가 날아들었다.

이 문서에는 지정한 기한 내에 대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강제 회수절차를 진행한다는 약간의 경고성 문구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문서를 받은 약국이 지난 연말 이미 해당업체 담당자와 장부상 잔고가 '0'으로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문서가 도착됐다는 점이다. 대금 납입이 완료된 상황에서 미수금이 있다는 다소 '황당한' 촉구서가 도착해 약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료나 정황을 찾아 잔고가 없음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한 약사는 "최근 제약업체나 유통업체가 구조조정 등으로 힘든 시기라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업체나 도매업소가 부도 등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서 담당자가 약국장부와는 다른 외상매출금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하게 대금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차이가 있는 장부를 전달함으로써 약국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해당 자료가 '0'이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약국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품계산서 발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국에서 횡포를 일삼는 경우도 여전하다.

한 여약사는 최근 S제약 담당자가 주문하지 않은 약을 공급했다가 반품을 받아가고, 이후 5~6개월간 반품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반품세금계산서는 차일피일 미루고, 담당자가 잔금정산을 요구하며 약국에서 30여분동안 횡포를 부렸다고 강조했다.

이 약사는 "반품은 이미 받아간 상황에서 부가세 신고 등을 위한 반품세금계산서는 반년이 다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담당 본부장까지 통화했으나 언제 처리가 될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공급해 놓고, '착오였다'며 이미 반품을 받아간 상황에서 서류처리 등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이 약사의 설명이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래처 장부를 '0'으로 표시한 부분을 복사해 두거나 작성한 거래가 미수금 없이 완결됐다는 문서를 담당자가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해당 거래가 완결됐음을 확인하는 확인서를 팩스로 받아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