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을 맞이한 현재, 약국가는 처방전에 의존하는 약국경영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됐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반의약품에 대한 취급이 소홀해지게 됐고 약국경영은 입지와 투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약사들은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반약의 활성화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국가를 통해 일반약의 현재 입지와 일반약 활성화의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감기약도 매출 '뚝'… 일반약 부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중은 의약분업 전과 비교해 완전히 뒤집혔다. 이와 함께 처방전에 의존하는 약국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반약에 대한 약사, 제약사 등의 관심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 더해지며 그나마 유지했던 일반약 매출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2010년 1월 현재, 약국가에서의 일반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감기 환자가 많은 겨울이지만 감기약의 판매 역시 줄어들었다는 것이 일선 약국가의 하소연이다.
그나마 잘 나가는 제품들은 소염진통제, 두통약, 소화제 등 고정품목들이 정해져 있어 나머지 제품들은 판매가 미미하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하면서 일반약 판매와 상담 등이 쉽지 않은 상황도 원인 중 하나다.
지명구매를 통해 일반약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약사들의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일반약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과거와 많은 차이를 가져왔다. 또한 카드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카드수수료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경기 광명시의 A약사는 "겨울이지만 감기약마저도 매출이 곤두박질 쳤다. 약국의 매출에서 일반약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뢰감 하락·낮은 수익구조 등 문제
물론 일반약의 부진은 갑자기 찾아온 일이 아니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관과하고 있었다. 약국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먼저 약국가에서는 단순하게 매출이 줄어서 문제라기보다 일반약에 대한 신뢰감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이 의원을 통해 간단한 감기 등의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약국이 보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들어버린 것이 문제였다. 이때부터 일반약이 치료의 목적보다는 임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약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
이는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많지 않다는 것이 원인이다. 약국가에서는 현재의 일반약이 장기적인 관점의 치료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팔 약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약사들이 일반약 판매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일반약 취급에 있어 위축된 상황으로 전개됐다.
처방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약 판매를 위한 시간적 여유와 노력이 힘들어졌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낮은 수익구조와 재고 부담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의 B약사는 "처방전에 의존하는 약사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약을 취급하는데 있어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약의 활성화는 약사들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시간투자와 낮은 수익구조 등이 원인이 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약사인식' 변화가 우선
이처럼 일반약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활성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 약국가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약사들은 현재의 약국경영의 위기에서 일반약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다.
방법적으로는 먼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치료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치료제가 대부분인 일반약 때문에 효과 있는 약을 줄 수 있도록 안전성 등이 담보되는 전문의약품을 일반약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국에서 약을 먹어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것.
치료라는 개념이 없이는 일반약은 임시적으로 대처하는 약 이상의 인식을 얻기 힘들어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약국경영 활성화 강좌 등을 통해 얻는 일반약 활성화 노력은 일부 매출은 도와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 의왕의 C약사는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없어 팔 약이 없다"며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서는 효과 있는 약을 줄 수 있도록 의약품 재분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 건강관리 개념을 도입해 환자들 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미리 챙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일반약을 권해 관리를 하도록 평소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영양제, 혈액순환제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일반약에 대해서는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이는 약사들이 지역사회의 건강관리자라는 인식을 갖고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약사의 노력은 지명구매가 많아진 약국가의 모습에서 환자가 약사를 믿고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일반약 활성화 뿐만 아니라 약국경영 전반에 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서울 금천구의 D약사는 "약사들이 조언해 줄 부분이 많은데도 실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약사들의 조그만 관심이 나중에 매출로 연결되어 일반약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서 일반약의 가격을 적정 마진이 남을 수 있도록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약국가에서 자체적으로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약에 대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
판매가격에 카드 수수료 등이 반영되어 개선되어야만 약사들이 가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판매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팔고 있는 약이라도 적정 마진을 남겨야 일반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일선 약국가의 이야기다.
결국 정책의 변화와 약사들의 인식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일반약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